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 ‘호남 배제’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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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 인선을 놓고 불협화음을 겪었던 한나라당 지도부가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을 놓고 또다시 내홍을 겪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2명인 지명직 최고위원에 모두 충청권 인사로 지명하려 하자 이른 바 ‘호남 포기’ 논란까지 당내에서 일고 있다.

이는 최근 민주당의 중진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영남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것과는 대조적인 것으로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 ‘호남 배제’ 논란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 충청권 인사로만 지명…논란, 반발 거세

한나라당의 ‘호남 포기’ 논란은 지난달 27일 홍준표 대표가 최고위원 회의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정우택 전 충북지사를 지명하려고 한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 다른 최고위원 전원이 이에 반대하면서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이 이뤄지지 못했고, 이후 당내에서 호남을 포기해선 안 된다라는 반발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났다.

홍준표 대표가 ‘의석 확보가 가능한 지역’의 최고위원 지명이라는 현실론을 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호남권 인사 최고위원 배제는 전국 정당을 포기하는 것이 당내 반발 기류의 핵심이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당 대표는 총선에서 의석이 나올 수 있는 충청권 인사로 하겠다고 했고 최고위원들은 ‘호남 무시 인사라서 안 된다’며 반대했다”고 전했다.

또, 정용화 한나라당 광주ㆍ전남 지역발전특별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통과 통합에 앞장서야 할 집권여당 대표가 특정 지역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겠다는 것은 지역갈등과 분열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며 “"홍 대표가 한나라당의 전국정당화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지난 1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호남지역 최고위원을 배제하는 것은 국민통합과 동서 갈등 해소를 추구해온 한나라당의 원칙과 역사성에 맞지 않다”며 “호남을 배제하면 수도권의 호남출신 인사들의 민심도 떠날 것”이라고 호남 인사의 최고위원 임명을 주장했다.

한나라당 광주ㆍ전남·북 당협위원장들도 “(호남 인사 배제는) 선거 때 표가 나오지 않는 호남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호남지역 활동인사를 최고위원으로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주목받는 이정현 의원의 호남 출마 선언

이런 가운데 호남 지역 출신인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비례)이 지난달 31일 내년 총선에서 광주 지역 출마를 선언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입’으로 통하는 이정현 의원은 “광주 서구을에서 당당하게 출마해 한나라당의 호남 첫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되겠다”는 출사표를 밝혔다.

이정현 의원은 오는 10월초 광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12월쯤 선거사무실을 여는 등 본격적인 총선 출마 채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꼭 당선돼라’는 격려를 받았다고 밝히는 등 박 전 대표의 지원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박 전 대표가 대표 시절 지명직 최고위원직을 신설해 최초로 호남 출신 최고위원을 지명하는 등 호남 지역에 쏟았던 노력이 ‘호남 배제’ 논란으로 수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 의원에 대한 격려 발언이 나왔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정현 의원도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과 관련해 호남 출신 최고위원을 지명했고 전남 지역을 수차례 방문하는 등 호남 지역에 심혈을 기울여온 박 전 대표의 노력을 한꺼번에 뒤집는 일이라고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 2명의 지명에 대한 당 안팎의 의견을 듣는 등 여론 수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음 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