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대주주 비리, 정관계 고위층 연루설까지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저축은행 임원과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와 비리,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부실한 감사와 저축은행과의 유착, 정부의 안이한 대응 등 총체적인 문제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근엔 정관계 고위 인사가 저축은행의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설까지 흘러나오는 등 경제 비리에서 정치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부산저축은행, 비리의 화수분?

1차적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은 당사자인 부산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됐다.

검찰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영업정지 방침이 유출된 시점으로 지목한 1월25일 이후 영업정지일인 2월17일까지 4300여명이 5000만원 이상, 최소 2500억원을 인출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정지일 전날 영업시간 이후에는 255명이 총 150억여원을 찾아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부산저축은행그룹 임직원들도 적어도 2월 초 영업정지 정보를 입수해, 자신들의 예금을 빼내갔다. 특히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61)은 2월10일 부산저축은행과 중앙부산저축은행 계좌에 입금된 아내 명의의 예금 1억 7000여만원을 중도해지, 인출했다.

게다가 검찰 조사 결과, 부산저축은행 임원들은 지인 등의 이름을 빌어 설립해 특수목적법인(SPC) 120곳을 운영하면서, 이들 업체에 4조 5942억원을 불법 대출해 주는 등 비자금 조성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 저축은행 게이트 되나?

수조원대 금융비리를 저지른 저축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관계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불법대출 등 7조원대 금융비리가 드러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를 맡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브로커 윤모씨를 체포해 지난 18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특수목적법인(SPC) 사업을 운영하면서 거래처에서 10억원 이상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윤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수년간 업계 1위로 승승장구했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 보해저축은행 비리를 수사 중인 광주지검은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의 장본인 이용호(현재 수감중)씨가 이 은행에서 담보없이 142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을 파악하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것을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의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결과가 미흡하면 국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사실이 추가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2008년 9월부터 6개월 동안 강원 도민저축은행에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5000만 원을 받았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도 불법대출로 영업정지가 된 삼화저축은행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수석은 국회의원 재직 시절을 포함해 2004년부터 3년간 매달 200만원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