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대호 기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쪼개기 후원금의혹'에 대해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뜻의 '사필귀정(事必歸正)'을 강조하며 연일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가 있는 돈이라면 은밀하게 받지 왜 수천 명에게 온라인으로 받았겠느냐", "남아서 10억이나 반납했는데 왜 그런 방법으로 후원금을 받았겠느냐" 등 김 지사의 항변은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기자의 머릿속에는 김 지사가 강조하는 사필귀정보다도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연상되는 이유는 뭘까?

수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을 보면 뭔가 문제점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경기도로부터 매년 수백억 원을 지원받는 운수업체 노조원들이 3억 원이라는 돈을 후원했고 경기도의 출연금 등을 재원으로 소상공인들의 대출보증을 서는 산하기관 직원들이 6천여만 원을 후원했다.
셈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지사는 결백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기자의 판단에도 그는 결백해 보인다. 하지만 결백 주장에 앞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김 지사 측근들의 과유불급이다.

그를 챙기려는 누군가는 분명 과도한 충성으로 인한 우를 범했다. 그리고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11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GTX홍보책자를 둘러싼 법정공방도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책자 표지를 여는 순간부터 김 지사를 홍보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선거법위반 논란에 휩싸인 것. 그런데 재판과정을 보면 김 지사의 잘못은 없다. 반면 책자제작에 관련된 그의 측근들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을 드나들고 있다.

김 지사 스스로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결백을 주장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후원금과 관련해서도 누군가는 조만간 법정 문턱을 넘나들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GTX홍보책자 사례와 마찬가지로 김 지사가 직접 법정에 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김 지사는 사필귀정을 내세우며 결백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측근들의 과유불급을 먼저 따져봤어야 했다.